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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pic of Gilgamesh

 

신화(神話, myth)는 한 나라 혹은 한 민족, 한 문명권으로부터 전승되어 과거에는 종교였으나, 더 이상 섬김을 받지 않는 종교를 뜻한다. 위키백과에 나와있는 신화의 한 줄 뜻이다. 좀 더 내리면 단편의 이야기인 전설과는 달리 종교의 체계로서 문학, 예술, 민족성 등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모든 나라에 신화가 있으며 한국 또한 단군왕검이란 신화가 있다. 그렇다면 가장 최초의 신화는 어디일까?

최초의 신화는 역시 최초의 4대문명인 황하지역(황하 강), 인더스지역(인더스 강), 이집트지역(나일 강), 메소포타미아지역(유프라테스강)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으로 다툼이나 갈등이 가장 먼저 나타났고 현재도 가장 많은 중동지역이자 한 때는 수메르 지역이였던 이 곳에서 최초의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가 유래되었다. 게다가 보통 신화는 서사시가 좀처럼 없어 더더욱 특별한 신화다.

이 책의 서문은 처음보는 유형이여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보통은 이 책을 내는데 어떠한 도움들을 받았고 그런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이야기는 @@에 관한 이야기로 어떠한 주제를 담고 있어서 ~~하기를 고대한다 식의 짧은 서문이 대부분인데, 이 책의 저자 앤드류 조지는 달랐다. 현재 길가메시 서사시의 출토현황이나 번역율, 앞으로의 발굴전망과 번역계획, 그동안 번역을 같이 해온 동료교수들에 대한 언급, 당시 수메르 시의 엄격한 규칙, 길가메시 서사시의 의의 등이 써져있다.  

 

 

심연 속 괴몰과 이를 공격하는 길가메시

 

생소한 서문을 뒤로하고 저자가 극찬하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크게 세 가지 플롯으로 나뉜다. 엔키두를 만나기 전 폭군으로서의 길가메시. 엔키두를 만나면서 성장하는 영웅으로서의 길가메시. 엔키두의 죽음 이후 영생에 집착하다 끝내 답을 얻는 지혜자로서의 길가메시. 서사시의 첫부분이 엔키두의 탄생이기에 엔키두를 만나서 친구가 되기 전까지의 폭군 길가메시 분량은 짧고, 우르크의 영웅이야기를 담은 부분이 대부분이고, 영생을 쫒는 이야기 역시 짧다. 필자가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세번째 플롯이므로 첫번째와 두번째 플롯에 대한 짤막한 줄거리는 짚고 넘어가려한다.

 

 

초야권, 말 그대로 첫날 밤에 대한 권리다

 

길가메시는 수메르 남부의 도시국가 우르크의 폭군이였다. 폭군으로서의 면모는 자세하지 않지만 초야권 행사를 계기로 엔키두와 대면하는 장면만이 남아있다. 다른 모습들은 볼 수 없으나 첫날밤을 빼앗가는 것만으로 그의 권력이 대단했고 이를 당연시 여기던 사람들의 행태에서 일종의 종교처럼 대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유일한 벗 엔키두와 영웅 길가메시

 

본래 길가메시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신들이 만들어낸 엔키두는 야생에서 자라다가 지나가던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고서 그의 도움(창녀를 통해 성욕을 일깨우고 사람임을 자각하게 만듬)으로 도시국가 우르크에 입성한다. 그 이후 초야권을 행사하는 길가메시에게 분개하여 싸웠으나 패배. 그러나 지금껏 동급의 실력자가 없었던 길가메시에게 자신과 비견되는 엔키두는 무척 반가운 존재였고 이를 계기로 둘은 가까운 친구가 된다.

 

 

추억의 게임 아발론. 훔바바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들었다

 

그 둘은 삼나무 숲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괴물인 훔바바를 쓰러뜨린다. 그렇게 폭군에서 영웅으로 바뀌는 길가메시의 모습에 지배욕이 발동한 여신 이슈타르가 길가메시를 유혹하지만 길가메시는 그녀의 명을 따른 남자, 동물, 식물들이 어떻게 처참한 말로를 겪었는 지를 언급하며 단칼에 거절했고 이에 분개한 이슈타르가 아버지인 아누에게 부탁하여 하늘의 황소를 내려 길가메시를 죽여달라한다. 결국 하늘의 황소가 내려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나 이 역시 둘이 힘을 합쳐 죽인다. 신들의 보복까지 이겨낸 길가메시는 신들이 더이상 무섭지 않을 정도였다.

 

 

길가메시의 불로초를 훔쳐가는 뱀의 모습

 

그러나 황소를 죽여 신들을 분노케한 대가로 엔키두가 철저히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영원하고 평생 같이할 줄 알았던 친구인 엔키두가 한순간에 병들고 고통 속에 죽는 것을 보고서 길가메시는 처음으로 공포, 두려움에 휩싸여 영생을 갈구하게 된다. 영생을 위한 여정 중에 대홍수의 생존자 우타나피쉬티에게서 영생의 비밀을 듣는다. 그것은 바로 불로초. 풀을 어렵게 구한 길가메시가 긴장이 풀려 연못에서 목욕하는 사이, 범이 불로초를 가지고 도망가면서 그의 여행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것이 현재 2020년 가장 많이 번역된 길가메시 서사시 대략적인 줄거리다.

 

 

문명6에 등장한 길가메시. 가장 원형과 닮았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대표적인 의의는 영웅들의 서사에 관한 원형(原型)을 정립했다는 점이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특별한 태생을 가지며, 시련과 고난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여 성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많은 영웅 이야기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런 플롯에서 크게 바뀌지 않기에 최초의 영웅서사였던 길가메시 서사시가 더 가치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가 좀 더 중점을 두고 생각한 것들은 시련과 실패였다. 길가메시는 하늘의 황소라는 시련을 이겨내어 영웅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기도 했고, 죽음이라는 공포를 극복하려했으나 불로초를 잃어버리며 실패했다. 대신 뱃사공에게 바빌로니아의 벽돌을 보라하면서 불멸의 인간사회를 만들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돌에 새겨 후대에 전달하고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죽음이란 시련은 극복하지 못했으나, 그의 다짐대로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부흥하면서 불멸자가 아닌 필멸자로서 영생을 달성한 셈이다.

 

 

길가메시를 재해석하여 만든 'Fate의 길가메시'

 

우리는 영웅이 아니지만 영웅서사마냥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필자 또한 이제는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죽음의 고난에서부터 누구에게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탐욕의 실현과 일련의 자아혐오까지 많은 어려움을 마주했고 어떤 것들은 극복했으며 어떤 것들은 실패하다못해 인생의 일부를 송두리째로 넘겨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특히 한국사람들은 실패를 더더욱 두려워한다. 물론 시대가 지남에 따라 실패를 했을 때의 기회비용들이 커졌고, 계층간의 격차 또한 심화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사람들은 고난을 꺼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시련에 좌절한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고난이 우리를 빗겨가는가? 시련이 해결되는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영웅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고난과 시련에 반드시 직면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성공하기도 하나 그 중 일부는 반드시 실패한다. 최초인 영웅마저 실패하는데 범인인 우리라고 다르겠는가? 범인과 비범인을 가르는 기준은 시련극복 여부가 아니라 실패 후 일어서는가에 달려있다. 실패는 반드시 찾아온다. 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자아를 성숙하게 만들지 고민해야한다. 필자의 고민끝에 나온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였다. 도저히 어떤 계기나 정신적인 각성으로는 실패한 현상을 마주보지 못했고 물에 젖어 굳어버린 자기혐오를 원래처럼 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되려 포기했다. 해당 시련을 극복하고나서 사람들을 보는 것 대신에 시련실패를 인정하고 사람들을 만났으며, 금의환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목표 대신에 있는 사실 전부를 알리고 괴사처럼 갉아먹는 실패를 잘라내기위해 돌아갔다.

 

 

배우 마동석이 연기하며, 이터널스에 나오는 길가메시

 

이런 변화를 겪고나니 허망했다. 처음부터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더라면 이리 오랜 시간을 잡아먹히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살기위해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고 게으른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한 순간의 충동을 조금씩은 이겨보려고 노력한다. 전역하고 난 뒤에 생기는 자신감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양된 결과물이였다면, 시련을 겪어본 뒤에 생기는 이 자신감은 또다른 고난을 실패하더라도 이전처럼 오래 쓰러져 있지 않을 것이란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것이다. 이 또한 뱀의 허물벗는 과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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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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