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ync="async"> ', { cookie_domain: 'auto', cookie_flags: 'max-age=0;domain=.tistory.com', cookie_expires: 7 * 24 * 60 * 60 // 7 days, in seconds }); 책 알려주는 남자 :: '문학/현대문학' 카테고리의 글 목록

 

뒤통수 맞고 이별하기까지의 시간

종로 한복판에서 누군가 나의 뒤통수를 치고 노려본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경찰에 신고하거나 같이 뒤통수를 때려준다던가 할 수 있겠지만, 만일 여성이고, 회사에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면 미친사람인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은소는 다급한 출근길에 낯선 여성에게 뒤통수를 맞지만 지각할 상황이라 때린 사람에게 뭐라하지 못한채 회사로 간다. 도대체 누구길래,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그것도 두번씩이나 때렸을까를 생각하다가 어릴 적 친구였던 원화를 떠올리게 된다. 과거의 일을 되짚어보면서 자신의 과오를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선의가 실은 우월감에서 비롯된 연민이였음을 자각한다. 이어서 지금의 남자친구 또한 사랑이 아닌 연민의 감정이었음을 깨닫고 청혼까지 받았던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된다. 

작가의 실제경험을 모티브로 삼아서 참으로 황당했던 초반부였지만, 후반부를 거듭할수록 선의, 도덕적 우월감 등 현 대한민국에 첨예한 갈등으로 부각되는 소재에 대한 성찰을 담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사람은 착해야한다, 선해야한다는 도덕적 규범정도는 원래도 있었으나, 지난 5년의 정부가 도덕적 우월감, 정의, 공정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출범하였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이 해당 가치들에 집착하지 않았나 회고한다.

 

선한 영향력을 포방하던 사회실험채널 '일미터',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돈벌이로 소모되는 가난, 장애, 여아

어린 남매로 보이는 학생들이 곱창집에 들어가 주문을 한다. 그런데 돈이 모자른지 음식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으려하자, 착한 사장님이 와서 음식과 음료를 주고 심지어 포장으로 더 주기까지 한다. 사기/횡령 범죄 1위 국가에 살다보니 더이상 이러한 선행이 선행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의문점만 남는다. 가난한데 왜 비싼 곱창집을? 가게내부부터 카메라구도까지 미리 짜고친 쇼가 아닐까? 이러한 의문점 때문에 해당채널은 뒷광고 저격을 맞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뒷광고는 아니였기에 수많은 저격영상들은 내려갔다. 그러나 채널측의 해명은 사장도 알지못한 몰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나 많았고, 다른 사회실험채널들은 뒷광고로 밝혀졌기에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며, 숨긴태그로 해당 영상에서 나오지 않는 '할머니, 병원, 택배기사, 임산부, 사고, 다침'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을 오직 조회수 돈벌이를 위해 사용된 것이 들통나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채널의 원본영상과 해명영상들 전부 내려갔다.

동물원의 구경거리로 쓰인 소재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채널을 비판했으나, 채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저 테러하는 나쁜 무리 정도로만 치부하며 오히려 채널 주인을 응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한 영향력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 본인들의 목소리는 쓰레기, 일베충, 인간이하의 것들로 치부하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채널을 비판하는 사람들, 온갖 쌍욕도배하는 사람들, 채널을 옹호하다 못해 용서까지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응원댓글 말고는 전부 삭제하느라 바쁜 채널까지. 정말 가관이 따로 없던 댓글창을 저장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사회실험, 감동카메라 같은 장애전시 영상들을 비판하는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누구를 위한 선의인가

"사실 오원화에 대한 정은소의 선의는 처음부터 악의로의 변이가능성을 품은 것이었다. 상대에 비해 우월한 자기라는 것을 항상 확인하고자 하는 자아의 기본 욕구를 타인의 환대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감에 내어주는 일은 우선 양심에서 오는 죄책감을 벗어던지게 하며 사혜적 우쭐함이라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주고 일정하게 정체성의 보존을 가능케 하는 동안은 어느 정도 기꺼운 것일 수 있다."
-오양진, 작품해설 중에서

우리는 어릴 적 도덕시간에 배웠던 가르침이 생각난다. 가난, 장애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그들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함부로 돕지 말아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란 인식이다. 그들에게 가장 많은 아픔을 주는 것은 장애나 가난이 아니라 그들을 연민과 동정으로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이다. 따라서 그들의 장애, 가난, 아픔을 전시해서 돈을 버는 행위는 결코해서는 안 될 행위이며 그 행위를 선의, 선항 영향력, 정의 따위의 위선으로 점철해서도 안된다.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네요' '가슴 따뜻해지는 영상 정말 고맙습니다' '와 저 분 완전 이 시대의 살아있는 영웅!' '이런 착한 가게는 돈쭐내줘야죠! 어디인가요?' 등 이 따위로 그들의 아픔을 오락, 감동으로 소모하는 언행들은 당사자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잔인한 짓임을 명심해야한다. 

 

이런 영상들은 결코 선한 영향력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조회수 돈을 위한 것

 

 

진정한 선의는 대가없는 선의뿐

해당 채널은 이미 5개월 전에 복귀했으며 벌써 46개의 영상을 올렸다. 메인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여아2(생리통1 포함), 아이13(한부모1 포함), 여자4(스토킹1, 생리대1 포함), 군인2, 외국인2, 임산부4, 노인3(치매1, 보이스피싱1, 폐지1 포함), 장애4(공황, 휠체어, 기억상실, 시각), 배달기사1, 미성년자2 이다. 영상 대부분이 약자라고 분류될 법한 단어와 제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해당 채널은 3일당 1개씩 이런 영상을 쏟아내고 있으며 숏츠를 포함하면 그 주기는 더 짧아진다. 그리고 댓글창 역시 그대로다. 감동이니, 좋은 영상이니 자기들끼리 추켜세우고 뭉쿨해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생각이 잘못된건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작가는 출간인터뷰에서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사실은 '나는 이렇게 착한 사람이야'라는 차별주의자의 자기 위안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PC주의가 창궐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름을 강요하고, 약자는 무조건 도와야한다고 세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또다른 '은소'처럼 우월감과 연민으로 남을 돕는 것은 아닌지, '일미터' 같은 약자포르노를 소비하며 약자들을 동물원의 구경거리처럼 여기지는 않는지, 작가의 말대로 차별주의자이지만 위선을 행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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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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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지옥같던 시기에 누군가는 베스트셀러 책을 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한강이 21년에 쓴 소설을 해가 지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만났다. 한강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8년 한국현대문학 수업에서 교수님의 소개였다. <채식주의자>로 시작한 그녀의 3부작에 흠뻑 빠져서 탐독했던 지난 날들이 기억난다. 게다가 영화 <채식주의자>는 거의 소설을 읽으며 떠올리던 모습이 그대로 나와서, 주인공이 가족들에게 채식을 소리치던 장면은 참 잊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읽던 책도 과거의 기억에서 느꼈던 흥미와 흡입력을 기대했다. 그치만 이번 작품은 아니였다. 

 

 

이번 책의 줄거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탈고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자살을 생각하던 소설가 경하가 오랜 친구이자 사진가이며 목수이기도 한 인선의 전화를 받고, 손가락이 절단된 그녀의 부탁대로 그녀 집의 앵무새에게 물을 주러 갔다가 4.3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난해한 꿈의 묘사에서부터 절단된 손가락을 붙히기 위한 모습까지. 그야말로 난해하며 복잡한 주인공의 방어기제를 쓰던 작가답게 어지러우면서도 흡입하게 만드는 필력은 여전하다고 느꼈다. 그치만 중간부터 4.3사건에 대한 진상을 인터뷰로 풀어갈 때부터 조금은 뜬금없었다. 

소설책 내의 등장인물인 인선은 단편영화를 만들고 그에 대한 호평으로 지원금을 받고 다음 단편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반복한다. 처음은 베트남에 있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인터뷰했고, 두번째는 1940년대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한 할머니의 일상을 담았다. 둘 다 역사 속의 희생자들과 잔혹하리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화였다. 사람들은 세번째 작품도 이와 유사한 계열의 영화를 기대했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을 인터뷰했고 이는 기존방식과도 매우 달라서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2부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4.3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기억이 회상될 때, 내가 느낀 당혹감이 아마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제주도 인구 1/10이 죽은 제주4.3

 

잔혹의 역사

확실히 기존의 작품들보다는 재미가 없었고, 소설 내용의 1부보단 2부가 조금 지루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전체적으로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였다. 당혹감이 미처 사라지지 않은 2부 초반을 제외하고는 피해자들의 시점에서 읽는 4.3사건의 잔혹함과 그 참상은 결코 눈을 돌릴 수 없는 기억들의 연속이였다. 징병 당할까 두려워 동굴로 숨었던 아들이 총소리에 놀라 집으로 돌아오니 온가족이 총살당한 이야기, 뜀박질이 빠르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 아들이 턱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손가락을 찢어 아이의 입에 피를 흘려넣는 이야기 등. 5.18 광주항쟁 또한 잔혹한 역사이나 그건 저항의 과정이였기에 숭고하게 느껴졌지만 제주4.3은 일방적인 학살이였기에 숭고함 대신 마음만 찢어지게 아팠다. 남로당 사람에게 밥을 줬다는 이유로, 빨갱이의 가족이란 이유로, 집안 남성이 부재중이란 이유로, 그 외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감옥에 갇히고. 총살당하고. 갱도에 갖혀 죽었으니 슬프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제주도와 인연없던 연예인이 제주도에 살아가면서 종국엔 4.3 추념식 낭독까지

 

계속되는 기억

인선은 자신의 엄마가 조사하고 수집해오던 4.3사건의 빈자리들을 채워넣으며 이어갔고, 죽었을 앵무새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인선을 통해서 4.3사건을 들은 경하가 인선을 대신하여 4.3사건의 진상을 알리게 된다. 경하의 그런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다만, 경하의 직업이 소설가이고 슬럼프 전에 쓴 소설이 5.18에 관한 <소년이 온다>일 것이라고 유추한 결과, 경하의 모티브인 작가 한강이 이 책을 집필함으로써 책 속의 경하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에게 4.3사건이란 그저 군부시절에 벌어진 역사들 중 하나일 뿐, 그 이상의 가치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이후론 제주4.3은 물론 지난날 단순히 암기로만 외웠던 사건들이 살갗까지는 아니여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하는 역사임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읽었던 수 많은 독자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작별하지 않는다> 경하와 인선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주4.3사건을, 그 진상을 선명히 각인시켜준 작가 한강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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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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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는 기존역사적 사실에 픽션요소를 가미하여 만드는 역사픽션소설의 대가입니다. 보통 다작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어느정도 공통된 문체나 비슷한 전개방식이 이어져서 쉽게 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전부 비슷비슷한 뉴에이지 느낌이 강해서 질타를 받는 경우도 많고, 로맨스소설 작가인 기욤 뮈소 역시 여러 권을 읽을수록 진부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 또한 사건의 미스테리를 찾아가는 주인공, 휙휙 지나가는 빠른 사건전개 등 여러가지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을 뛰어넘는 독특한 소재선정과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나타나는 서사적 필력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특히 그의 서사적 필력은 역사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고구려>가 이를 반증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구려>는 미천왕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까지의 이야기로 1~3권은 미천왕, 4~5권은 고국원왕의 이야기이고 이제 소수림왕이 나오는 6권이 출시된 상태입니다. 고구려 나라에는 이미 드라마화되고 알려진 왕들이 많습니다. 동명성왕인 주몽을 시작으로 광개토왕, 장수왕, 연개소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네 명의 왕은 고구려의 전성기인 광개토대왕이 전 왕들로 일찍이 고구려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게 기반을 닦아왔지만 광개토대왕의 업적에 가려져 알려지지 못하고 크게 관심받지 못한 왕들입니다. 그래서 김진명 작가는 일부러 많이 알려지고 업적이 많은 왕들 대신 그러한 왕들이 빛날 수 있도록 발판을 다져온 왕들을 다루기로 한 것입니다. 



고사유 - 백성을 한없이 사랑했으나 한없이 외면받은 사람


폭군 봉상왕으로부터 고구려를 되찾아 한사군을 폐지하고 주변을 평정했던 미천왕-고을불의 이야기도 무척 재밌지만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뛰어나고 호전적인 아버지와는 달리 소극적이고 여린 마음을 가졌던 고사유, 고국원왕입니다. 


고구려는 호전적인 민족으로 미천왕 시절 연과 한사군을 비롯해 주변을 평정하자 갈등이 있을때마다 힘으로 해결하려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달리 고국원왕은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고 화친을 하면서 전쟁을 최대한 피합니다. 심지어 이길 수 있는 전쟁에 항복하면서까지 말이죠. 그는 전쟁에서 이겨도 그 피해와 죽음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몫임을 알았던 까닭입니다. 


그 백성하나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왕후와 태후를 볼모로 보내면서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뜻은 백성도, 대신도 그리고 아내마저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직 그의 아들만이 그의 뜻을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모두를 위한 선택을 했으나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참으로 비극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의 백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만 명의 백성을 지킨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구려> 5권 중 고국원왕의 말 


백제의 전성기인 근초고왕이 고구려에 와서 자신을 배반하고 고구려로 망명한 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내놓으면 후퇴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입니다. 질 것 같은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왕 몰래 조정이 이를 받아드려 그 백성 하나 보낸 것을 알았을 때, 외친 고국원왕의 대사입니다. 고국원왕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였죠. 고국원왕은 그대로 진노하여 싸움 한 번 안해 본 그가 외로히 돌격하다가 죽음을 맞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왕이 싸움을 피하는 겁쟁이가 아니라 그저 백성만을 생각한 왕임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한평생 외면받으며 걸어온 외길을 그가 죽고난 후에 알아주고 인정하기 시작하니, 비록 역사적 픽션일지라도 무척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국원왕 - 참으로 전쟁을 그만두려 한 자


고사유의 선택에 작가는 이런 평을 붙였습니다. '두 사람을 서로 때리는 형벌 중에서 다들 때리고 그만두려 할 때 고사유는 맞으면서 그만두려하니 참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자이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대부분 대인관계에 있어서 누구나 손해보려 하지않습니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고 그렇기에 점점 개인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의 변화이자 인간의 본성이기에 이러한 행위나 동기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오히려 양보하는 고사유의 넓은 아량이 더욱 돋보일 뿐입니다.


역사적 픽션으로 리더란 어떤 덕목을 가지고 이상의 정치를 실현해야하는지를 말해준 <고구려>, 치국을 꿈꾸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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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before you>의 작가 조조 모예스의 신작입니다. 전작이 '장애'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로맨스 작품이였다면 이번 작품은 '가난'이라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감동가족 드라마입니다. 전작은 두 연인의 극복 및 비극적 결말때문에 애잔하고 감동적이지만 이번 작은 두 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이 해피엔딩을 맞아서 좀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쉽게 상상이 가는 캐릭터들

누구나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합니다. 그 상상이 구체적일수록 몰입감이 높아지고 이는 작가가 잘 묘사한다는 반증이죠. 작가는 인물설정을 쉬우면서도 뚜렷하게 해 놓아서 쉽게 읽히고 더 몰입됩니다. 마치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인 것처럼요. 특히 수학천재소녀 탠지가 여러 인물들의 관계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게 되는데 무척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기억됩니다.


가족애의 아름다움

'가족'이라는 연대감과 유대의식으로 그녀만의 무겁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쾌한 작풍을 살려냈습니다. 첫 작품이 너무 뛰어나서 약간 대조되는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그녀의 작품은 읽은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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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로 이름을 알렸던 김려령 작가의 두 번째 소설입니다. 이전 작품에서는 방황하는 소년의 유쾌한 성장드라마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가족잃은 소녀의 암울한 성장드라마를 그려냈습니다. 자살한 천지가 남긴 다섯 개의 편지를 언니인 만지가 찾아나가며 숨겨진 비밀들을 알아가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전개입니다.


천지가 용서하는 다섯 사람

5개의 편지는 천지가 용서하는 사람에게 각각 전해집니다. 왕따의 가해자이자 자신의 친한 친구였었던 화연, 그런 가해자인지 모르고 잘해주었던 언니 만지, 그간의 일들을 방관해온 친구 미라, 어렴풋이 알았지만 개입하지 않았던 엄마, 그리고 이 사건의 피해자인 자기 자신.

천지는 자살하기 직전까지 한 가지 꿈을 꿉니다. 가족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고 구해주는 꿈. 그러나 그 꿈은 이루어지기엔 언제 걸릴지도 모르고 가능한지도 알 수 없기에 이내 포기합니다. 결국 가장 가깝다고 하는 가족도 천지의 상황을 알지 못해서 피해자는 자살에 이르게 됩니다.


학교폭력과 왕따 그리고 그로인한 자살은 흔한 소재이지만 당사자에겐 뼈아픈 고통입니다. 특히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이 가해자에게 신뢰를 주는 모습에서 얻는 배신감이나 자신의 절친이였던 화연이 자신을 왕따시키는 과정 등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것들이 피해자를 자살로 몰아가는 지를 제3자가 찾아나가는 식으로 보여줍니다. 

왜 천지는 왕따를 당하면서도 왜 '우아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한 이야기, <우아한 거짓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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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다작으로도 알려지고 특히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입니다. 특히 데뷔작인 개미가 한국에서 대박을 치면서 덩달아 다른 나라에서도 알려지고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개미 이외의 책들은 번역되지 않는 것만 봐도 상당한 차이죠.

개미는 1992~1997년에 발표된 3부작 소설로 1부-개미/2부-개미의날/3부-개미혁명 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2부에서는 갖힌 인간과 개미들의 세계를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3부에서는 주인공격인 개미 103호가 손가락 원정대를 꾸리는 것과 쥘리 팽송이라는 여고생이 개미혁명을 일으키는 내용입니다.

사실 3부의 인간파트 내용은 작가의 뉴에이지 성격이 판타지스럽게 묘사된 점이 많아서 다소 허무맹랑하고 전개가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부의 내용이 무척 재밌고 미친듯한 흡입력을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인류에게 버금가는 문명이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맹수도 아니고 대자연도 아닌 작디 작은 곤충 개미라는 것에서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어진 지 1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개미집에 펄펄 끓는 알루미늄을 개미집에 부어서 만든 예술품입니다. 저기 무수히 많은 공간 중에서 태어난 개미 103호의 모험과 관찰은 사실과 공상이 섞여 무척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개미 103호의 시점으로 쓰이는 묘사는 인간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미들의 문명과 그 세계에 빠져들게끔 만듭니다.

그리고 '호르몬해독기' 라는 가상의 물건을 설정하여 인간과 개미가 교류하고 위기에 빠진 인간이 개미의 기술과 방법을 이용하여 해결해나가는 모습도 무척 재밌는 요소입니다. 

혹자는 베르베르의 작품들이 중복되는 요소들이 너무 많고 대부분 뉴에이지 요소가 들어가서 진부하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베르베르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여전히 신선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여겨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SF공상류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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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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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조정래의 <정글만리> 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작가으로 그의 여러 작품은 대부분 한국의 근현대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에 비해 처음으로 현대의 그것도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썼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었습니다. 너무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에 읽어보기 어려웠던 <태백산맥>과는 달리 쉽게 읽히는 문체에 적당한 길이의 장편소설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조정래'란 작가에 대해 알려준 책이죠.

그치만 <태백산맥>처럼 많은 주인공들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습은 여전합니다. <정글만리>가 처음 나왔던 13년도에 바로 베스트셀러가 된 만큼 재미뿐만 아니라 중국의 성장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세밀하고 꽤나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습니다.




1. 만만디(느긋하게), 콰이콰이(빨리빨리)

중국인 노동자들은 상당히 게으르고 근무에 태만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사회주의적 노동습관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옛날 이야기고 중국인들도 자본주의적 경쟁습관이 배였다는 것입니다. 

2. 더이상 중국 노동자들도 값싸지 않다.

과거 한국의 노동자들도 그러했듯 중국도 점점 발달함에 따라 임금도 높아지고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작정 중국에서 공장을 차리기엔 중국인들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습득해서 한국기업의 기술만 습득하고 자체적인 기업을 차리는 등 중국인의 역공이 강해지고 있죠

3. 중국의 아류문화

모든 동북아시아인들이 그러하듯 중국인들도 누구보다도 돈 밝히는 민족입니다. 그래서 불법적인 모방이 난무하죠. 이는 핸드폰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 전반적으로 만연하게 퍼져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드는 이유는 아류, 이른바 짝퉁을 선호하는 문화가 있고 여기에 종사하는 인구가 무려 10%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짝퉁 제품을 사고 판다는 것이죠. 

작가 조정래 씨의 인터뷰 장면


그 외에도 중국인들의 문화와 중화사상의 자부심, 뻔뻔하기도한 그들의 당당함이 돋보였습니다. 천민자본주의문화나 인권유린, 일상에 퍼진 부정부패도 보이긴 했지만요. 그리고 작가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한 방향, 북한과 통일방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북한과의 강한 경제적 유대를 통한 통일방식이였는데 발행 당시만해도 이명박근혜정부에 어려웠지만 지금은 꽤 현실성있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중국은 확고한 G2로 자리잡아서 어느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거나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들에게 중국의 첫인상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책인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온 인용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칩니다.

"단순히 비지니스 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사라. 그 지름길은 그들의 언어 문화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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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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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려드릴 책은 조지 오웰의 <1984> 입니다.

 <1984> 는 1949년, 즉 작가가 죽기 2년 전에 쓴 마지막 소설입니다. 

국민에 대한 통제와 초권력을 풍자하며, 이전에 쓴 <동물농장>과 더불어 국가가 개인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입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친의 <우리들>과 더불어 20세기 3대 SF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힐 만큼 작중 분위기가 어둡고 결말 역시 암울합니다.

주인공인 윈스턴 역시 처음엔 체제의 동조자였지만 점차 국가의 초권력에 질려 벗어나려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채 이야기가 끝납니다.




<1984>에는 여러가지 독특한 설정들이 존재합니다.


1. 텔레스크린

모든 당원들이 사는 집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텔레비전과 비슷한 송수신기계가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다른 점은 맘대로 끄고 켤 수 없는 것입니다. 듣고 싶지 않다면 오직 소리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기술독재 사회의 면모로써 사람들에게 꾸준한 세뇌를 주입하는데 크게 일조합니다.


2. 신어(newspeak)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상에 입각하여 만든 사상통제용 언어입니다. 가령 좋다(good)의 반댓말은 나쁘다(bad)입니다. 하지만 신어에서는 bad가 아닌 ungood이라고 써야합니다. 이것은 어휘의 풍족성을 낮춰서 사람들의 생각을 억업하거나 통제하는데 더 수월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당의 방침과 반대되는 개념을 완전히 없애서, 신어를 신경쓰는 사람들이 당의 방침을 본능적으로 옳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신어의 궁극적 목적입니다. 


3. 초국가

현실에서 보기힘든 전체주의가 가능한 이유는 세계가 세 개의 초강대국으로 나뉘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흡수하여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공격하고 견제하는 '적대적 공생'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4. 반어법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배경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당원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반어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세뇌시킵니다. 웬만한 이름에는 전부 '승리'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승리커피, 승리담배, 승리아파트 등등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품질은 전부 최저질입니다.

그리고 절대권력을 가진 당은 네 개의 성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성'  , 모든 범죄를 관라하는 고문전담 '애정성',  매일같이 배급량 감소만을 발표하는 '풍요성', 모든 정보를 통제 및 조작하는 '진리성'

언어를 통한 사상통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이름들입니다.



국가에 대항하던 개인의 저항과 소멸

<1984>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이 저항이 실패로 끝나고 끝내 죽음보다 더한 세뇌로 자신의 인간성이 소멸하는 장면일 겁니다. 주인공 윈스턴은 고문 전만해도 '빅 브라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에 대한 물음에 '그를 증오한다'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고문과 세뇌로 인해 자신의 연인이던 줄리아마저 자신을 배신하고 마지막 남은 그의 인간성까지 모조리 말살당하고 당이 원하는 인간성으로 다시 채워집니다. 결국 똑같은 질문에 윈스턴은 '나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라고 말함으로써 국가의 초권력에 대한 개인의 패배와 소멸을 인정하는 장면인 것이지요.



이 같은 국가의 초권력과 디스토피아에서 모티브를 따워서 만들어진 게임(Beholder)도 있습니다. 어쩌면 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도래했을지도 모르는 시대, 혹은 현대의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맞이할 수도 있는 미래

국가의 초권력과 전체주의의 사상세뇌를 비판한 소설, <1984>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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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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