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가든 경쟁사회가 아니겠냐만은 자원도 없고, 지리적으로도 이점이 없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인적자원에 투자해왔고, 이는 치열한 경쟁사회와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효율적인 인간상이 자연스럽게 많이 탄생하게 되었다. 가령 기브 앤 테이크를 철저하게 지키는 <잘 살겠습니다>의 주인공이 그러하고, 연봉을 토대로 월세, 공과금, 할부금 등을 수 분간 따져보고 나서야 2000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살 결심을 하는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의 주인공이 그렇다. 장류진 작가가 쓴 단편집의 화자들이 거의 전부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조금은 지루한 감은 있으나, 뭐 어떠한가. 나도 그렇고 사실 대한민국의 대다수가 효율과 합리를 높은 가치에 두고, 이것이 행복한 삶과 성공한 인생에 도달하는데에 필연적인 동앗줄이라고 여기지 않은가.
<새벽의 방문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집의 플롯은 대체로 비슷하다. 효율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상과 그렇지 않은 인간상이 만나면서 생겨나는 짦은 일화들이 담겨져있다. 확정일자도 모를정도로 어리숙하고, 상대방이 준 선물이 얼마치인지를 따지지 않는 <잘 살겠습니다>의 빛나언니, 월급이 포인트로 부여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돈도 어찌보면 이 사회시스템의 포인트가 아니냐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웃으며 넘기는 <일의 기쁨과 슬픔>의 거북이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주인공들이 생각하는 계획과 다르게 행동하는 인물들이다. 자신들과는 다름에 조금은 불쾌해하고 조금은 피곤해하지만, 종국엔 마음에도 없이 쓴 손편지에 감동하는 모습의 빛나언니를 응원하게 되고, 거북이알의 레고와 커피머신을 사서 케빈과 데이빗과의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나 또한 평생을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왔기에, 단편집의 주인공들의 상황에 무척이나 공감했다. 상식선에선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멀리했고, 좁은 식견에서 내린 결정이 합리적이고 최선의 판단이라고 여겼으며, 생각한 계획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변수로 인해 다르게 진행될 때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향을 계속 가져간 것은 그것이 성공한 삶에 필요조건이요, 행복한 삶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 믿어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심했던 20대 초중반을 넘어서 앞자리가 바뀐 지금을 되돌아보면 여전히 그런 성향이 없진 않지만, 상당히 옅어졌고 그에 대한 열렬한 믿음 또한 사라졌다. 그리고 더이상 계획과 달리 상황이 나빠져도 스트레스 받고, 좌절하지 않고 더 나아가는 데에 집중하는 성향으로 바꿔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왜 우리는 계산적이고 최선의 효율을 따져가며 살아가게 됐는가. '절대 손해보면 안된다는 심리',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내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강박', '평균을 올려잡고서 평균이하의 삶은 도태라는 낙인' 들을 손에 꽉 쥐고서 이를 놓는 사람을 경쟁의 실패자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빛나언니에게 낸 것보다 더 많은 축의금을 받았다면 그걸로 행복했을까? 모든 것이 잘난 지훈이 누구나 선망하는 지유와 하룻밤 잤더라면, 지훈은 행복한 삶을 살게되는가? 계산적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삶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조금은 내려놓고서 사람들을 대하고 삶을 사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더 나아가 내게 주어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더 나은 방법이였음 최근에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작가님이 직장에서 10년 이상 일해서인지 직장인의 애환을 잘 담았고, 그 고민들이 직장인들만이 겪는 것도 아니고, 여성들만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기였기에, 많은 사람들 호평을 남겼다. 특히 앞부분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이 가장 재밌었고, 중간중간 당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게서 웃음이 났다. 비판점으로는 페미니즘 색채가 담겨있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82년생 김지영>처럼 대놓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중간중간 잘못된 통계로 가르치려드는 것도 아니고, 작가도 마냥 페미니즘을 표방하지는 않았기에 굳이 페미니즘 서적이라고 규정지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대한민국에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읽고 많이 공감한 책, 가볍게 읽기 좋아서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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