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ync="async"> ', { cookie_domain: 'auto', cookie_flags: 'max-age=0;domain=.tistory.com', cookie_expires: 7 * 24 * 60 * 60 // 7 days, in seconds }); 책 알려주는 남자 :: '일주일의 세계' 태그의 글 목록

'일주일의 세계'에 해당되는 글 1건

 

뒤통수 맞고 이별하기까지의 시간

종로 한복판에서 누군가 나의 뒤통수를 치고 노려본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경찰에 신고하거나 같이 뒤통수를 때려준다던가 할 수 있겠지만, 만일 여성이고, 회사에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면 미친사람인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은소는 다급한 출근길에 낯선 여성에게 뒤통수를 맞지만 지각할 상황이라 때린 사람에게 뭐라하지 못한채 회사로 간다. 도대체 누구길래,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그것도 두번씩이나 때렸을까를 생각하다가 어릴 적 친구였던 원화를 떠올리게 된다. 과거의 일을 되짚어보면서 자신의 과오를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선의가 실은 우월감에서 비롯된 연민이였음을 자각한다. 이어서 지금의 남자친구 또한 사랑이 아닌 연민의 감정이었음을 깨닫고 청혼까지 받았던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된다. 

작가의 실제경험을 모티브로 삼아서 참으로 황당했던 초반부였지만, 후반부를 거듭할수록 선의, 도덕적 우월감 등 현 대한민국에 첨예한 갈등으로 부각되는 소재에 대한 성찰을 담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사람은 착해야한다, 선해야한다는 도덕적 규범정도는 원래도 있었으나, 지난 5년의 정부가 도덕적 우월감, 정의, 공정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출범하였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이 해당 가치들에 집착하지 않았나 회고한다.

 

선한 영향력을 포방하던 사회실험채널 '일미터',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돈벌이로 소모되는 가난, 장애, 여아

어린 남매로 보이는 학생들이 곱창집에 들어가 주문을 한다. 그런데 돈이 모자른지 음식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으려하자, 착한 사장님이 와서 음식과 음료를 주고 심지어 포장으로 더 주기까지 한다. 사기/횡령 범죄 1위 국가에 살다보니 더이상 이러한 선행이 선행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의문점만 남는다. 가난한데 왜 비싼 곱창집을? 가게내부부터 카메라구도까지 미리 짜고친 쇼가 아닐까? 이러한 의문점 때문에 해당채널은 뒷광고 저격을 맞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뒷광고는 아니였기에 수많은 저격영상들은 내려갔다. 그러나 채널측의 해명은 사장도 알지못한 몰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나 많았고, 다른 사회실험채널들은 뒷광고로 밝혀졌기에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며, 숨긴태그로 해당 영상에서 나오지 않는 '할머니, 병원, 택배기사, 임산부, 사고, 다침'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을 오직 조회수 돈벌이를 위해 사용된 것이 들통나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채널의 원본영상과 해명영상들 전부 내려갔다.

동물원의 구경거리로 쓰인 소재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채널을 비판했으나, 채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저 테러하는 나쁜 무리 정도로만 치부하며 오히려 채널 주인을 응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한 영향력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 본인들의 목소리는 쓰레기, 일베충, 인간이하의 것들로 치부하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채널을 비판하는 사람들, 온갖 쌍욕도배하는 사람들, 채널을 옹호하다 못해 용서까지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응원댓글 말고는 전부 삭제하느라 바쁜 채널까지. 정말 가관이 따로 없던 댓글창을 저장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사회실험, 감동카메라 같은 장애전시 영상들을 비판하는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누구를 위한 선의인가

"사실 오원화에 대한 정은소의 선의는 처음부터 악의로의 변이가능성을 품은 것이었다. 상대에 비해 우월한 자기라는 것을 항상 확인하고자 하는 자아의 기본 욕구를 타인의 환대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감에 내어주는 일은 우선 양심에서 오는 죄책감을 벗어던지게 하며 사혜적 우쭐함이라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주고 일정하게 정체성의 보존을 가능케 하는 동안은 어느 정도 기꺼운 것일 수 있다."
-오양진, 작품해설 중에서

우리는 어릴 적 도덕시간에 배웠던 가르침이 생각난다. 가난, 장애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그들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함부로 돕지 말아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란 인식이다. 그들에게 가장 많은 아픔을 주는 것은 장애나 가난이 아니라 그들을 연민과 동정으로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이다. 따라서 그들의 장애, 가난, 아픔을 전시해서 돈을 버는 행위는 결코해서는 안 될 행위이며 그 행위를 선의, 선항 영향력, 정의 따위의 위선으로 점철해서도 안된다.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네요' '가슴 따뜻해지는 영상 정말 고맙습니다' '와 저 분 완전 이 시대의 살아있는 영웅!' '이런 착한 가게는 돈쭐내줘야죠! 어디인가요?' 등 이 따위로 그들의 아픔을 오락, 감동으로 소모하는 언행들은 당사자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잔인한 짓임을 명심해야한다. 

 

이런 영상들은 결코 선한 영향력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조회수 돈을 위한 것

 

 

진정한 선의는 대가없는 선의뿐

해당 채널은 이미 5개월 전에 복귀했으며 벌써 46개의 영상을 올렸다. 메인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여아2(생리통1 포함), 아이13(한부모1 포함), 여자4(스토킹1, 생리대1 포함), 군인2, 외국인2, 임산부4, 노인3(치매1, 보이스피싱1, 폐지1 포함), 장애4(공황, 휠체어, 기억상실, 시각), 배달기사1, 미성년자2 이다. 영상 대부분이 약자라고 분류될 법한 단어와 제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해당 채널은 3일당 1개씩 이런 영상을 쏟아내고 있으며 숏츠를 포함하면 그 주기는 더 짧아진다. 그리고 댓글창 역시 그대로다. 감동이니, 좋은 영상이니 자기들끼리 추켜세우고 뭉쿨해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생각이 잘못된건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작가는 출간인터뷰에서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사실은 '나는 이렇게 착한 사람이야'라는 차별주의자의 자기 위안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PC주의가 창궐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름을 강요하고, 약자는 무조건 도와야한다고 세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또다른 '은소'처럼 우월감과 연민으로 남을 돕는 것은 아닌지, '일미터' 같은 약자포르노를 소비하며 약자들을 동물원의 구경거리처럼 여기지는 않는지, 작가의 말대로 차별주의자이지만 위선을 행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블로그 이미지

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