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ync="async"> ', { cookie_domain: 'auto', cookie_flags: 'max-age=0;domain=.tistory.com', cookie_expires: 7 * 24 * 60 * 60 // 7 days, in seconds }); 책 알려주는 남자 :: '문학' 카테고리의 글 목록

 

뒤통수 맞고 이별하기까지의 시간

종로 한복판에서 누군가 나의 뒤통수를 치고 노려본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경찰에 신고하거나 같이 뒤통수를 때려준다던가 할 수 있겠지만, 만일 여성이고, 회사에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면 미친사람인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은소는 다급한 출근길에 낯선 여성에게 뒤통수를 맞지만 지각할 상황이라 때린 사람에게 뭐라하지 못한채 회사로 간다. 도대체 누구길래,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그것도 두번씩이나 때렸을까를 생각하다가 어릴 적 친구였던 원화를 떠올리게 된다. 과거의 일을 되짚어보면서 자신의 과오를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선의가 실은 우월감에서 비롯된 연민이였음을 자각한다. 이어서 지금의 남자친구 또한 사랑이 아닌 연민의 감정이었음을 깨닫고 청혼까지 받았던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된다. 

작가의 실제경험을 모티브로 삼아서 참으로 황당했던 초반부였지만, 후반부를 거듭할수록 선의, 도덕적 우월감 등 현 대한민국에 첨예한 갈등으로 부각되는 소재에 대한 성찰을 담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사람은 착해야한다, 선해야한다는 도덕적 규범정도는 원래도 있었으나, 지난 5년의 정부가 도덕적 우월감, 정의, 공정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출범하였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이 해당 가치들에 집착하지 않았나 회고한다.

 

선한 영향력을 포방하던 사회실험채널 '일미터',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돈벌이로 소모되는 가난, 장애, 여아

어린 남매로 보이는 학생들이 곱창집에 들어가 주문을 한다. 그런데 돈이 모자른지 음식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으려하자, 착한 사장님이 와서 음식과 음료를 주고 심지어 포장으로 더 주기까지 한다. 사기/횡령 범죄 1위 국가에 살다보니 더이상 이러한 선행이 선행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의문점만 남는다. 가난한데 왜 비싼 곱창집을? 가게내부부터 카메라구도까지 미리 짜고친 쇼가 아닐까? 이러한 의문점 때문에 해당채널은 뒷광고 저격을 맞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뒷광고는 아니였기에 수많은 저격영상들은 내려갔다. 그러나 채널측의 해명은 사장도 알지못한 몰카라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나 많았고, 다른 사회실험채널들은 뒷광고로 밝혀졌기에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며, 숨긴태그로 해당 영상에서 나오지 않는 '할머니, 병원, 택배기사, 임산부, 사고, 다침'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을 오직 조회수 돈벌이를 위해 사용된 것이 들통나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채널의 원본영상과 해명영상들 전부 내려갔다.

동물원의 구경거리로 쓰인 소재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채널을 비판했으나, 채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저 테러하는 나쁜 무리 정도로만 치부하며 오히려 채널 주인을 응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한 영향력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 본인들의 목소리는 쓰레기, 일베충, 인간이하의 것들로 치부하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채널을 비판하는 사람들, 온갖 쌍욕도배하는 사람들, 채널을 옹호하다 못해 용서까지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응원댓글 말고는 전부 삭제하느라 바쁜 채널까지. 정말 가관이 따로 없던 댓글창을 저장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사회실험, 감동카메라 같은 장애전시 영상들을 비판하는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누구를 위한 선의인가

"사실 오원화에 대한 정은소의 선의는 처음부터 악의로의 변이가능성을 품은 것이었다. 상대에 비해 우월한 자기라는 것을 항상 확인하고자 하는 자아의 기본 욕구를 타인의 환대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감에 내어주는 일은 우선 양심에서 오는 죄책감을 벗어던지게 하며 사혜적 우쭐함이라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주고 일정하게 정체성의 보존을 가능케 하는 동안은 어느 정도 기꺼운 것일 수 있다."
-오양진, 작품해설 중에서

우리는 어릴 적 도덕시간에 배웠던 가르침이 생각난다. 가난, 장애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그들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함부로 돕지 말아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란 인식이다. 그들에게 가장 많은 아픔을 주는 것은 장애나 가난이 아니라 그들을 연민과 동정으로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이다. 따라서 그들의 장애, 가난, 아픔을 전시해서 돈을 버는 행위는 결코해서는 안 될 행위이며 그 행위를 선의, 선항 영향력, 정의 따위의 위선으로 점철해서도 안된다.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네요' '가슴 따뜻해지는 영상 정말 고맙습니다' '와 저 분 완전 이 시대의 살아있는 영웅!' '이런 착한 가게는 돈쭐내줘야죠! 어디인가요?' 등 이 따위로 그들의 아픔을 오락, 감동으로 소모하는 언행들은 당사자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잔인한 짓임을 명심해야한다. 

 

이런 영상들은 결코 선한 영향력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조회수 돈을 위한 것

 

 

진정한 선의는 대가없는 선의뿐

해당 채널은 이미 5개월 전에 복귀했으며 벌써 46개의 영상을 올렸다. 메인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여아2(생리통1 포함), 아이13(한부모1 포함), 여자4(스토킹1, 생리대1 포함), 군인2, 외국인2, 임산부4, 노인3(치매1, 보이스피싱1, 폐지1 포함), 장애4(공황, 휠체어, 기억상실, 시각), 배달기사1, 미성년자2 이다. 영상 대부분이 약자라고 분류될 법한 단어와 제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해당 채널은 3일당 1개씩 이런 영상을 쏟아내고 있으며 숏츠를 포함하면 그 주기는 더 짧아진다. 그리고 댓글창 역시 그대로다. 감동이니, 좋은 영상이니 자기들끼리 추켜세우고 뭉쿨해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생각이 잘못된건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작가는 출간인터뷰에서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사실은 '나는 이렇게 착한 사람이야'라는 차별주의자의 자기 위안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PC주의가 창궐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름을 강요하고, 약자는 무조건 도와야한다고 세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또다른 '은소'처럼 우월감과 연민으로 남을 돕는 것은 아닌지, '일미터' 같은 약자포르노를 소비하며 약자들을 동물원의 구경거리처럼 여기지는 않는지, 작가의 말대로 차별주의자이지만 위선을 행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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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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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지옥같던 시기에 누군가는 베스트셀러 책을 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한강이 21년에 쓴 소설을 해가 지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만났다. 한강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8년 한국현대문학 수업에서 교수님의 소개였다. <채식주의자>로 시작한 그녀의 3부작에 흠뻑 빠져서 탐독했던 지난 날들이 기억난다. 게다가 영화 <채식주의자>는 거의 소설을 읽으며 떠올리던 모습이 그대로 나와서, 주인공이 가족들에게 채식을 소리치던 장면은 참 잊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읽던 책도 과거의 기억에서 느꼈던 흥미와 흡입력을 기대했다. 그치만 이번 작품은 아니였다. 

 

 

이번 책의 줄거리는 사실 매우 간단하다. 탈고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자살을 생각하던 소설가 경하가 오랜 친구이자 사진가이며 목수이기도 한 인선의 전화를 받고, 손가락이 절단된 그녀의 부탁대로 그녀 집의 앵무새에게 물을 주러 갔다가 4.3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난해한 꿈의 묘사에서부터 절단된 손가락을 붙히기 위한 모습까지. 그야말로 난해하며 복잡한 주인공의 방어기제를 쓰던 작가답게 어지러우면서도 흡입하게 만드는 필력은 여전하다고 느꼈다. 그치만 중간부터 4.3사건에 대한 진상을 인터뷰로 풀어갈 때부터 조금은 뜬금없었다. 

소설책 내의 등장인물인 인선은 단편영화를 만들고 그에 대한 호평으로 지원금을 받고 다음 단편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반복한다. 처음은 베트남에 있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인터뷰했고, 두번째는 1940년대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한 할머니의 일상을 담았다. 둘 다 역사 속의 희생자들과 잔혹하리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화였다. 사람들은 세번째 작품도 이와 유사한 계열의 영화를 기대했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을 인터뷰했고 이는 기존방식과도 매우 달라서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2부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4.3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기억이 회상될 때, 내가 느낀 당혹감이 아마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제주도 인구 1/10이 죽은 제주4.3

 

잔혹의 역사

확실히 기존의 작품들보다는 재미가 없었고, 소설 내용의 1부보단 2부가 조금 지루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전체적으로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였다. 당혹감이 미처 사라지지 않은 2부 초반을 제외하고는 피해자들의 시점에서 읽는 4.3사건의 잔혹함과 그 참상은 결코 눈을 돌릴 수 없는 기억들의 연속이였다. 징병 당할까 두려워 동굴로 숨었던 아들이 총소리에 놀라 집으로 돌아오니 온가족이 총살당한 이야기, 뜀박질이 빠르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 아들이 턱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손가락을 찢어 아이의 입에 피를 흘려넣는 이야기 등. 5.18 광주항쟁 또한 잔혹한 역사이나 그건 저항의 과정이였기에 숭고하게 느껴졌지만 제주4.3은 일방적인 학살이였기에 숭고함 대신 마음만 찢어지게 아팠다. 남로당 사람에게 밥을 줬다는 이유로, 빨갱이의 가족이란 이유로, 집안 남성이 부재중이란 이유로, 그 외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감옥에 갇히고. 총살당하고. 갱도에 갖혀 죽었으니 슬프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제주도와 인연없던 연예인이 제주도에 살아가면서 종국엔 4.3 추념식 낭독까지

 

계속되는 기억

인선은 자신의 엄마가 조사하고 수집해오던 4.3사건의 빈자리들을 채워넣으며 이어갔고, 죽었을 앵무새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인선을 통해서 4.3사건을 들은 경하가 인선을 대신하여 4.3사건의 진상을 알리게 된다. 경하의 그런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다만, 경하의 직업이 소설가이고 슬럼프 전에 쓴 소설이 5.18에 관한 <소년이 온다>일 것이라고 유추한 결과, 경하의 모티브인 작가 한강이 이 책을 집필함으로써 책 속의 경하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에게 4.3사건이란 그저 군부시절에 벌어진 역사들 중 하나일 뿐, 그 이상의 가치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이후론 제주4.3은 물론 지난날 단순히 암기로만 외웠던 사건들이 살갗까지는 아니여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하는 역사임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읽었던 수 많은 독자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작별하지 않는다> 경하와 인선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주4.3사건을, 그 진상을 선명히 각인시켜준 작가 한강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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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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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pic of Gilgamesh

 

신화(神話, myth)는 한 나라 혹은 한 민족, 한 문명권으로부터 전승되어 과거에는 종교였으나, 더 이상 섬김을 받지 않는 종교를 뜻한다. 위키백과에 나와있는 신화의 한 줄 뜻이다. 좀 더 내리면 단편의 이야기인 전설과는 달리 종교의 체계로서 문학, 예술, 민족성 등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모든 나라에 신화가 있으며 한국 또한 단군왕검이란 신화가 있다. 그렇다면 가장 최초의 신화는 어디일까?

최초의 신화는 역시 최초의 4대문명인 황하지역(황하 강), 인더스지역(인더스 강), 이집트지역(나일 강), 메소포타미아지역(유프라테스강)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으로 다툼이나 갈등이 가장 먼저 나타났고 현재도 가장 많은 중동지역이자 한 때는 수메르 지역이였던 이 곳에서 최초의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가 유래되었다. 게다가 보통 신화는 서사시가 좀처럼 없어 더더욱 특별한 신화다.

이 책의 서문은 처음보는 유형이여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보통은 이 책을 내는데 어떠한 도움들을 받았고 그런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이야기는 @@에 관한 이야기로 어떠한 주제를 담고 있어서 ~~하기를 고대한다 식의 짧은 서문이 대부분인데, 이 책의 저자 앤드류 조지는 달랐다. 현재 길가메시 서사시의 출토현황이나 번역율, 앞으로의 발굴전망과 번역계획, 그동안 번역을 같이 해온 동료교수들에 대한 언급, 당시 수메르 시의 엄격한 규칙, 길가메시 서사시의 의의 등이 써져있다.  

 

 

심연 속 괴몰과 이를 공격하는 길가메시

 

생소한 서문을 뒤로하고 저자가 극찬하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크게 세 가지 플롯으로 나뉜다. 엔키두를 만나기 전 폭군으로서의 길가메시. 엔키두를 만나면서 성장하는 영웅으로서의 길가메시. 엔키두의 죽음 이후 영생에 집착하다 끝내 답을 얻는 지혜자로서의 길가메시. 서사시의 첫부분이 엔키두의 탄생이기에 엔키두를 만나서 친구가 되기 전까지의 폭군 길가메시 분량은 짧고, 우르크의 영웅이야기를 담은 부분이 대부분이고, 영생을 쫒는 이야기 역시 짧다. 필자가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세번째 플롯이므로 첫번째와 두번째 플롯에 대한 짤막한 줄거리는 짚고 넘어가려한다.

 

 

초야권, 말 그대로 첫날 밤에 대한 권리다

 

길가메시는 수메르 남부의 도시국가 우르크의 폭군이였다. 폭군으로서의 면모는 자세하지 않지만 초야권 행사를 계기로 엔키두와 대면하는 장면만이 남아있다. 다른 모습들은 볼 수 없으나 첫날밤을 빼앗가는 것만으로 그의 권력이 대단했고 이를 당연시 여기던 사람들의 행태에서 일종의 종교처럼 대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유일한 벗 엔키두와 영웅 길가메시

 

본래 길가메시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신들이 만들어낸 엔키두는 야생에서 자라다가 지나가던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고서 그의 도움(창녀를 통해 성욕을 일깨우고 사람임을 자각하게 만듬)으로 도시국가 우르크에 입성한다. 그 이후 초야권을 행사하는 길가메시에게 분개하여 싸웠으나 패배. 그러나 지금껏 동급의 실력자가 없었던 길가메시에게 자신과 비견되는 엔키두는 무척 반가운 존재였고 이를 계기로 둘은 가까운 친구가 된다.

 

 

추억의 게임 아발론. 훔바바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들었다

 

그 둘은 삼나무 숲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괴물인 훔바바를 쓰러뜨린다. 그렇게 폭군에서 영웅으로 바뀌는 길가메시의 모습에 지배욕이 발동한 여신 이슈타르가 길가메시를 유혹하지만 길가메시는 그녀의 명을 따른 남자, 동물, 식물들이 어떻게 처참한 말로를 겪었는 지를 언급하며 단칼에 거절했고 이에 분개한 이슈타르가 아버지인 아누에게 부탁하여 하늘의 황소를 내려 길가메시를 죽여달라한다. 결국 하늘의 황소가 내려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나 이 역시 둘이 힘을 합쳐 죽인다. 신들의 보복까지 이겨낸 길가메시는 신들이 더이상 무섭지 않을 정도였다.

 

 

길가메시의 불로초를 훔쳐가는 뱀의 모습

 

그러나 황소를 죽여 신들을 분노케한 대가로 엔키두가 철저히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영원하고 평생 같이할 줄 알았던 친구인 엔키두가 한순간에 병들고 고통 속에 죽는 것을 보고서 길가메시는 처음으로 공포, 두려움에 휩싸여 영생을 갈구하게 된다. 영생을 위한 여정 중에 대홍수의 생존자 우타나피쉬티에게서 영생의 비밀을 듣는다. 그것은 바로 불로초. 풀을 어렵게 구한 길가메시가 긴장이 풀려 연못에서 목욕하는 사이, 범이 불로초를 가지고 도망가면서 그의 여행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것이 현재 2020년 가장 많이 번역된 길가메시 서사시 대략적인 줄거리다.

 

 

문명6에 등장한 길가메시. 가장 원형과 닮았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대표적인 의의는 영웅들의 서사에 관한 원형(原型)을 정립했다는 점이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특별한 태생을 가지며, 시련과 고난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여 성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많은 영웅 이야기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런 플롯에서 크게 바뀌지 않기에 최초의 영웅서사였던 길가메시 서사시가 더 가치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가 좀 더 중점을 두고 생각한 것들은 시련과 실패였다. 길가메시는 하늘의 황소라는 시련을 이겨내어 영웅으로서의 위상을 떨치기도 했고, 죽음이라는 공포를 극복하려했으나 불로초를 잃어버리며 실패했다. 대신 뱃사공에게 바빌로니아의 벽돌을 보라하면서 불멸의 인간사회를 만들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돌에 새겨 후대에 전달하고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죽음이란 시련은 극복하지 못했으나, 그의 다짐대로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부흥하면서 불멸자가 아닌 필멸자로서 영생을 달성한 셈이다.

 

 

길가메시를 재해석하여 만든 'Fate의 길가메시'

 

우리는 영웅이 아니지만 영웅서사마냥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 필자 또한 이제는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죽음의 고난에서부터 누구에게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탐욕의 실현과 일련의 자아혐오까지 많은 어려움을 마주했고 어떤 것들은 극복했으며 어떤 것들은 실패하다못해 인생의 일부를 송두리째로 넘겨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특히 한국사람들은 실패를 더더욱 두려워한다. 물론 시대가 지남에 따라 실패를 했을 때의 기회비용들이 커졌고, 계층간의 격차 또한 심화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사람들은 고난을 꺼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시련에 좌절한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고난이 우리를 빗겨가는가? 시련이 해결되는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영웅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고난과 시련에 반드시 직면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성공하기도 하나 그 중 일부는 반드시 실패한다. 최초인 영웅마저 실패하는데 범인인 우리라고 다르겠는가? 범인과 비범인을 가르는 기준은 시련극복 여부가 아니라 실패 후 일어서는가에 달려있다. 실패는 반드시 찾아온다. 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자아를 성숙하게 만들지 고민해야한다. 필자의 고민끝에 나온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였다. 도저히 어떤 계기나 정신적인 각성으로는 실패한 현상을 마주보지 못했고 물에 젖어 굳어버린 자기혐오를 원래처럼 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되려 포기했다. 해당 시련을 극복하고나서 사람들을 보는 것 대신에 시련실패를 인정하고 사람들을 만났으며, 금의환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목표 대신에 있는 사실 전부를 알리고 괴사처럼 갉아먹는 실패를 잘라내기위해 돌아갔다.

 

 

배우 마동석이 연기하며, 이터널스에 나오는 길가메시

 

이런 변화를 겪고나니 허망했다. 처음부터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더라면 이리 오랜 시간을 잡아먹히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살기위해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고 게으른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한 순간의 충동을 조금씩은 이겨보려고 노력한다. 전역하고 난 뒤에 생기는 자신감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양된 결과물이였다면, 시련을 겪어본 뒤에 생기는 이 자신감은 또다른 고난을 실패하더라도 이전처럼 오래 쓰러져 있지 않을 것이란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것이다. 이 또한 뱀의 허물벗는 과정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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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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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는 기존역사적 사실에 픽션요소를 가미하여 만드는 역사픽션소설의 대가입니다. 보통 다작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어느정도 공통된 문체나 비슷한 전개방식이 이어져서 쉽게 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전부 비슷비슷한 뉴에이지 느낌이 강해서 질타를 받는 경우도 많고, 로맨스소설 작가인 기욤 뮈소 역시 여러 권을 읽을수록 진부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 또한 사건의 미스테리를 찾아가는 주인공, 휙휙 지나가는 빠른 사건전개 등 여러가지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을 뛰어넘는 독특한 소재선정과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나타나는 서사적 필력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특히 그의 서사적 필력은 역사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고구려>가 이를 반증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구려>는 미천왕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까지의 이야기로 1~3권은 미천왕, 4~5권은 고국원왕의 이야기이고 이제 소수림왕이 나오는 6권이 출시된 상태입니다. 고구려 나라에는 이미 드라마화되고 알려진 왕들이 많습니다. 동명성왕인 주몽을 시작으로 광개토왕, 장수왕, 연개소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네 명의 왕은 고구려의 전성기인 광개토대왕이 전 왕들로 일찍이 고구려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게 기반을 닦아왔지만 광개토대왕의 업적에 가려져 알려지지 못하고 크게 관심받지 못한 왕들입니다. 그래서 김진명 작가는 일부러 많이 알려지고 업적이 많은 왕들 대신 그러한 왕들이 빛날 수 있도록 발판을 다져온 왕들을 다루기로 한 것입니다. 



고사유 - 백성을 한없이 사랑했으나 한없이 외면받은 사람


폭군 봉상왕으로부터 고구려를 되찾아 한사군을 폐지하고 주변을 평정했던 미천왕-고을불의 이야기도 무척 재밌지만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뛰어나고 호전적인 아버지와는 달리 소극적이고 여린 마음을 가졌던 고사유, 고국원왕입니다. 


고구려는 호전적인 민족으로 미천왕 시절 연과 한사군을 비롯해 주변을 평정하자 갈등이 있을때마다 힘으로 해결하려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달리 고국원왕은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고 화친을 하면서 전쟁을 최대한 피합니다. 심지어 이길 수 있는 전쟁에 항복하면서까지 말이죠. 그는 전쟁에서 이겨도 그 피해와 죽음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몫임을 알았던 까닭입니다. 


그 백성하나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왕후와 태후를 볼모로 보내면서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뜻은 백성도, 대신도 그리고 아내마저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직 그의 아들만이 그의 뜻을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모두를 위한 선택을 했으나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참으로 비극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의 백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만 명의 백성을 지킨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구려> 5권 중 고국원왕의 말 


백제의 전성기인 근초고왕이 고구려에 와서 자신을 배반하고 고구려로 망명한 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내놓으면 후퇴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입니다. 질 것 같은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왕 몰래 조정이 이를 받아드려 그 백성 하나 보낸 것을 알았을 때, 외친 고국원왕의 대사입니다. 고국원왕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였죠. 고국원왕은 그대로 진노하여 싸움 한 번 안해 본 그가 외로히 돌격하다가 죽음을 맞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왕이 싸움을 피하는 겁쟁이가 아니라 그저 백성만을 생각한 왕임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한평생 외면받으며 걸어온 외길을 그가 죽고난 후에 알아주고 인정하기 시작하니, 비록 역사적 픽션일지라도 무척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국원왕 - 참으로 전쟁을 그만두려 한 자


고사유의 선택에 작가는 이런 평을 붙였습니다. '두 사람을 서로 때리는 형벌 중에서 다들 때리고 그만두려 할 때 고사유는 맞으면서 그만두려하니 참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자이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대부분 대인관계에 있어서 누구나 손해보려 하지않습니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고 그렇기에 점점 개인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의 변화이자 인간의 본성이기에 이러한 행위나 동기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오히려 양보하는 고사유의 넓은 아량이 더욱 돋보일 뿐입니다.


역사적 픽션으로 리더란 어떤 덕목을 가지고 이상의 정치를 실현해야하는지를 말해준 <고구려>, 치국을 꿈꾸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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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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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민들에 가장 인기있는 고전문학 작가를 뽑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1위에는 햄릿, 2위에는 제인 오스틴이 뽑혔는데 이는 <오만과 편견> 덕분일겁니다.

<오만과 편견>에는 매력적인 남녀들이 등장합니다. 전통적인 미덕을 갖춘 여성상인 맏언니 제인,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영문학의 가장 사랑스런 딸인 둘째 엘리자베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다버리는 남자 다아시, 대조적으로 오만과 편견을 가진 인물로 나타나는 캐서린 영부인.

엘리자베스는 언니 제인과는 다르게 지력, 재치 등 현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인물로 나름의 분별력도 있지만 잘못된 전제와 편견 때문에 다아시를 증오합니다. 오만과 편견 중 편견은 곧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편견을 의미합니다. 그녀가 인기있던 이유는 말을 재치있게 잘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박웃음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많은 가수들의 주제가 '사랑'인 것은 그것이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인기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남녀의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의 결점과 주변사람들의 방애, 시대상의 제약 등 고난과 시련을 넘어서 쟁취한 사랑, 연애과정이였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에 서로를 보며 경멸하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점차 변하여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떠올리면 훈훈한 미소가 번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가의 뼈있는 풍자

웃음과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작가의 풍자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가장 크고 주된 풍자는 당시 시대의 여성현실에 관한 것입니다.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기본적으로 '신데렐라적인 플롯'에 맞춰져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여성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남자에게 의존하여, 좋은 신랑감을 잡는 법밖에 없는 현실, 즉 여성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인정하지도 않는 전통주의적 가치관을 나타내었습니다. 사랑과 조건 중에서 사랑을 선택하여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가는 리디아와 현실적인 삶에서 도움이 되는 조건을 선택하여 사랑하지도 않는 결혼을 하는 샬럿의 대조를 통해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이 두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적으로 무능하기 때문에 사랑과 조건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여성이 처한 실상이 바로 2차적인 풍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이미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있을 정도로 영국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문학의 나라, 영국에서 인기있는 소설 <오만과 편견>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전 심지어 제인보다도 더 행복해요. 

언니는 미소짓기만 하지만, 전 함박 웃으니까요

<오만과 편견> 중 엘리자베스 베넷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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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으로 추리소설 계에 이름을 떨친 남자 아야츠지 유키도가 이번엔 학생살인추리물로 돌아왔습니다. 정원이 32명인 반에 매년 망자 한명이 더 추가된 33명이 3반으로 들어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인 망자가 현실세계에 끼여 저주를 일으킵니다. 이 저주는 필연적이기에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망자일 것 같은 한 사람을 없는 사람취급을 하면 반 전체가 저주를 피할 수 있다는 방법이 전해져 올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학교의 풍습을 알리 없는 전학생 주인공은 망자취급 하던 학생과 친구로 지내면서 저주가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명씩 죽어가는 가운데 학생들은 망자일 것 같은 사람을 죽이느라 서로를 죽이기 시작합니다.

 

작가가 미스테리작가이자 동시에 추리소설작가이기 때문에 호러미스테리한 분위기(저주받은 3반)와 추리적 요소(누가 망자인가)가 잘 녹아내렸습니다. 억지스러운 요소나 뜬금없는 전개도 없어서 읽는데 무척 편했습니다.

 

 

잔인한 호러소설이자 풋풋한 청춘소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리둥절한 남자 전학생과 수수께끼를 품은 신비의 여학생' 관계를 잘 짜서 청춘소설로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점때문에 애니메이션화가 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철저한 복선회수

추리소설의 재미는 역시 반전과 이를 통한 복선회수일 겁니다. 충분히 의심할만한 복선들이 있었는덷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읽게 만든 점에서 작가의 묘사력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추리소설의 대가 아야츠지 유키도의 작품, <Another>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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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before you>의 작가 조조 모예스의 신작입니다. 전작이 '장애'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로맨스 작품이였다면 이번 작품은 '가난'이라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감동가족 드라마입니다. 전작은 두 연인의 극복 및 비극적 결말때문에 애잔하고 감동적이지만 이번 작은 두 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이 해피엔딩을 맞아서 좀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쉽게 상상이 가는 캐릭터들

누구나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합니다. 그 상상이 구체적일수록 몰입감이 높아지고 이는 작가가 잘 묘사한다는 반증이죠. 작가는 인물설정을 쉬우면서도 뚜렷하게 해 놓아서 쉽게 읽히고 더 몰입됩니다. 마치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들인 것처럼요. 특히 수학천재소녀 탠지가 여러 인물들의 관계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게 되는데 무척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기억됩니다.


가족애의 아름다움

'가족'이라는 연대감과 유대의식으로 그녀만의 무겁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쾌한 작풍을 살려냈습니다. 첫 작품이 너무 뛰어나서 약간 대조되는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그녀의 작품은 읽은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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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히가시노 게이코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작가는 일본 추리소설 계에서 무척 저명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 처럼 잔인한 살인에 로맨스가 들어간 이야기도 있고, <한여름밤의 방정식>에선 과학적 추리가 들어간 살인사건을 다루는 등 다작임에도 불구하고 겹치지 않게 살인추리소설을 써내려 가는 작가입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살인이라는 요소를 넣지 않고 시간물에 추리를 넣은 소설을 냈으니 어떻게 또 기대가 되지 않을까요?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명탐정 캐릭터나 살인사건 대신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판타지적 설정이 있습니다. 도둑질을 하다가 잠시 숨어들기위해 빈집이던 나미야 잡화점에 온 백수 3명이 알 수 없는 기현상에 갖혀 30년 전 주인이던 나미야 유지와 그 당시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게 됩니다. 장난스러운 편지도 모두 정성스레 답변해주는 걸로 유명했던 가게주인은 여러가지 사연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슴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 치여 고민할 여유가 없기도 하고, 누구에게 말못할 고민이 있지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어 혼자 껴앉은 채로 지내기도 합니다. 그런 모두의 고민들에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따뜻하게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감동이야기. 삶에 여유가 필요할 때,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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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로 이름을 알렸던 김려령 작가의 두 번째 소설입니다. 이전 작품에서는 방황하는 소년의 유쾌한 성장드라마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가족잃은 소녀의 암울한 성장드라마를 그려냈습니다. 자살한 천지가 남긴 다섯 개의 편지를 언니인 만지가 찾아나가며 숨겨진 비밀들을 알아가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전개입니다.


천지가 용서하는 다섯 사람

5개의 편지는 천지가 용서하는 사람에게 각각 전해집니다. 왕따의 가해자이자 자신의 친한 친구였었던 화연, 그런 가해자인지 모르고 잘해주었던 언니 만지, 그간의 일들을 방관해온 친구 미라, 어렴풋이 알았지만 개입하지 않았던 엄마, 그리고 이 사건의 피해자인 자기 자신.

천지는 자살하기 직전까지 한 가지 꿈을 꿉니다. 가족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고 구해주는 꿈. 그러나 그 꿈은 이루어지기엔 언제 걸릴지도 모르고 가능한지도 알 수 없기에 이내 포기합니다. 결국 가장 가깝다고 하는 가족도 천지의 상황을 알지 못해서 피해자는 자살에 이르게 됩니다.


학교폭력과 왕따 그리고 그로인한 자살은 흔한 소재이지만 당사자에겐 뼈아픈 고통입니다. 특히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이 가해자에게 신뢰를 주는 모습에서 얻는 배신감이나 자신의 절친이였던 화연이 자신을 왕따시키는 과정 등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것들이 피해자를 자살로 몰아가는 지를 제3자가 찾아나가는 식으로 보여줍니다. 

왜 천지는 왕따를 당하면서도 왜 '우아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한 이야기, <우아한 거짓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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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다작으로도 알려지고 특히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입니다. 특히 데뷔작인 개미가 한국에서 대박을 치면서 덩달아 다른 나라에서도 알려지고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개미 이외의 책들은 번역되지 않는 것만 봐도 상당한 차이죠.

개미는 1992~1997년에 발표된 3부작 소설로 1부-개미/2부-개미의날/3부-개미혁명 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2부에서는 갖힌 인간과 개미들의 세계를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3부에서는 주인공격인 개미 103호가 손가락 원정대를 꾸리는 것과 쥘리 팽송이라는 여고생이 개미혁명을 일으키는 내용입니다.

사실 3부의 인간파트 내용은 작가의 뉴에이지 성격이 판타지스럽게 묘사된 점이 많아서 다소 허무맹랑하고 전개가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부의 내용이 무척 재밌고 미친듯한 흡입력을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인류에게 버금가는 문명이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맹수도 아니고 대자연도 아닌 작디 작은 곤충 개미라는 것에서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어진 지 1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개미집에 펄펄 끓는 알루미늄을 개미집에 부어서 만든 예술품입니다. 저기 무수히 많은 공간 중에서 태어난 개미 103호의 모험과 관찰은 사실과 공상이 섞여 무척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개미 103호의 시점으로 쓰이는 묘사는 인간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미들의 문명과 그 세계에 빠져들게끔 만듭니다.

그리고 '호르몬해독기' 라는 가상의 물건을 설정하여 인간과 개미가 교류하고 위기에 빠진 인간이 개미의 기술과 방법을 이용하여 해결해나가는 모습도 무척 재밌는 요소입니다. 

혹자는 베르베르의 작품들이 중복되는 요소들이 너무 많고 대부분 뉴에이지 요소가 들어가서 진부하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베르베르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여전히 신선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여겨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SF공상류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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