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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단편집 모음집

지금까지 읽은 단편집들 중에 호불호가 가장 큰 책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는 작품은 정말 재밌고, 참 기발한 SF를 썼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단편집은 이번 건 그냥 정제되지 않는 상상력(이라 쓰고 난잡함)을 그대로 옮겼구나 하고 스윽 넘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몇몇의 단편집 때문이라도 누군가에게 추천해줄만한 책이다.

 

<목소리를 드릴게요> 내 목소리가 주변 사람을 살인자로 만든다면

단순히 교단에서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했을뿐인데, 그 목소리를 6개월 이상 꾸준히 들으면 살인자로 만든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 살인교사죄로 당장 체포해야할까? 아니면 이 사람이 한 행위가 아니니 무관하게 사회에 냅두어야할까? 근미래의 대한민국은 이렇게 남에게 영향을 주는 '괴물'들을 납치하여 수용소에 가둔다. 그치만, 죄수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그들에게 유한한 지원을 해주면서, 성대수술만 한다면 다시 내보내게 해준다는 제안까지 제시한다. 이러한 능력도 꽤나 흔한 소재지만, 이러한 능력자들끼리 모여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안정적인 재미를 준다. 괜히 대표작이 아니다. SF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도 쉽게 재미를 느낄만한 단편집이다.

 

블랙미러 시즌1 3화, '당신의 모든 순간'

 

<리틀 베이비블루 필> 평생 기억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알약이 있다면

<블랙미러> 에도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다. 눈에 녹화, 재생이 가능한 칩을 넣는 것이 상용화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가 그러한데, 소재나 전개가 매우 유사했지만 그 묘사가 사회, 국가로 더 크게 나타냈기에 재미 또한 배가 되었다. 자꾸 잊어버리는 치매노인들이 충격적인 배우자의 죽음은 잊지않고 또렷히 기억한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개발된 알약. 그러나 처음의 의료용 목적사용과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퍼져, 컨닝 아닌 컨닝을 가능하게 했고, 그 다음엔 사랑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연인들, 영화의 명장면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영화애호가들에게 퍼지더니, 많은 분야에서 각각의 이유로 오남용되었고, 결국엔 인지장애의 부작용이 한 세대 뒤에 나타난다는 이야기. SF를 많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자극적이면서 재밌는 작품이다.

 

페미니즘 작품들이 별로인 이유

지금까지는 재밌는 작품에 대한 칭찬이였고, 사실 이 다음이 하고싶은 말이다. 1주일 전에는 페미니즘 작가의 단편선을 읽었고, 2주 전에는 평범한 일본작가의 SF 단편선을 읽었다. 그리고 오늘은 페미니즘 작가의 SF 단편선을 읽었다. 정세랑 작가는 검색해보니 꽤나 유명한 페미니즘 작가였지만, 이번 단편집 <목소리를 드릴게요> 에는 페미니즘을 제외한 SF만 모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페미니즘이란 걸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단편선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끼면서 페미니즘 색채가 담긴 작품이 왜 별로인지 이제서야 납득했다.

첫번째, 남성에 대한 혐오묘사의 유무 

2주 전에 읽은 <슈뢰딩거의 소녀>에서는 대부분의 화자가 여성이였음에도, 악랄한 남자 악당이 등장했음에도 전혀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작가는 페미니즘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다. 그야 그럴것이 그(녀)는 남성을 혐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순다섯 데스>에는 뇌물을 받아먹는 남성, 상대를 악인으로 간주하고 아이의 보호자를 죽여버리는 남성이 등장하지만 정말 그 뿐이다. 혐오가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정세랑 작가와 장류진 작가의 단편집에는 남성에 대한 혐오가 조금씩 묻어났다. <후쿠오카 가이드>에서는 예쁜여자와 자는 것을 트로피처럼 여기는 남성, <11분의 1>에서는 능글맞게 순진무구한 유경이를 이용하는 남성, 쭈뼛쭈뼛이 기본모드이고 끼룩끼룩 꽥꽥 거리는 남성들이 나온다. 일본 작가는 개연성을 위한 남성들의 설정이였기때문에 혐오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두 작가들의 묘사에는 평소 페미니스트들이 혐오하는 남성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혐오가 느껴졌고 덕분에 재밌게 읽다가도 반감을 갖게 만든다. 

 

하천정비사업은 환경파괴지만, 무단취식과 취사는 환경파괴가 아니고 천렵이다. 이런 어줍잖은 가르침, 지겹다

두번째, 독자를 가르치려 든다

허영만의 <식객>이 참 재밌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작품이 아닌 이유는 어줍잖게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다. <파묘>가 천만영화일정도로 재밌지만, 최고의 작품은 아닌 것이 어줍잖은 반일정서를 담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작가들도 나름 재밌는 작품을 내긴하지만, 최고가 아닌 이유는 어줍잖게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다. <82년생의 김지영>이 엉터리 통계와 짜집기 논문으로 막간마다 쓴 것이 그러하고, 여성의 억압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같이 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로 보고, 지금까지 서구 근대가 무시했던 부분을 생태·여성적 시각으로 다시 보자는 '에코페미니즘'의 색채가 담긴 <리셋>이 그러하다. 환경이라곤 고작 지렁이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먹는 것 정도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환경을 논한다는 게...참으로 가볍다. 게다가 정말이지 비겁한 점은 정작 과학서적, 환경서적에서 근거와 실험, 논문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글, 그림, 영화 등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없는 일방향에서만 저렇게 메시지를 전파하고 그 뒤의 논박은 아예 무시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페미니즘이 강할수록 유치하다

이세계물이라는 장르가 있다. 현생에서 실패한 삶을 사는 남자 주인공이 트럭에 치여서 다른 세상에서는 훌륭한 용사가 되어 마왕을 무찌르고 예쁜 여자 동료들에게 둘러쌓여서 하하호호 한다는 전형적인 먼치킨 뽕빨물이다. 물론 이런 장르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즐기는 사람이 이상하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상대방을 수준이하의 사람으로 그리거나, 별것도 없는 주인공에게 능력있는 사람들이 빌빌기는 꼴을 쓰는 것은 솔직히 말해 유치하다. 사람이 유치하다는 게 아니라 작품수준이 현저하게 내려간다. 가상의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때리 것이나 다름없다. <후쿠오카 가이드>에서 몸짱 영업짱 외모짱 인간관계 좋은 지훈이 어째서인지 이혼녀 지유 앞에서 감탄만하고 침 질질흘리는 원숭이가 되어버리고, <11분의 1>의 뛰어난 사업가인 김남선 선배와 다른 뛰어난 연구원인 9명의 선배들은 첨단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하는  뛰어난 수준이지만, 기선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능력도 없는 유경이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기고 빌빌긴다. 개연성이고 핍진성이고를 떠나서 너무 유치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하다. 페미니즘 관련 토론에서 페미니즘 측은 단 한번도 오세라비나 이준석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멍청한 허수아비를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좋은 작품은 작품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한다

정리하자면, 페미니즘 색채가 강한 작품은 남성혐오가 묻어있어서 다소 반감이 드며, 얕은 지식과 짧은 식견으로 독자를 가르치려들려고 해서 별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참고 보려고 해도 작품자체가 유치해서 재미마저도 떨어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페미니즘 색채가 짙은 작품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장류진의 <잘 살겠습니다>를 읽고서, 계산적인 여주인공을 계산없이 남을 응원하게 만드는 빛나언니의 모습에 조금은 뭉클했고, 정세랑의 <리틀 베이비블루 필>을 읽고서, 정말 이런 약이 개발되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생각하며, 작가의 전개와 묘사에 감탄했다. 페미니즘 색채만 버리면 얼마든지 재밌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동안 정치권력과 결부하여 대한민국의 남녀갈등을 만들어 파국을 만들어냈던 페미니즘이 이제서야 질타를 받고, 그간 해왔던 행적들이 상당히 부끄럽고 백해무익하다가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로 잡아가고 있다. 그러니 작가분들도 굳이 수준낮은 작품보다는 그 자체로 재밌고 좋은 작품들을 써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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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육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어느 국가든 경쟁사회가 아니겠냐만은 자원도 없고, 지리적으로도 이점이 없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인적자원에 투자해왔고, 이는 치열한 경쟁사회와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효율적인 인간상이 자연스럽게 많이 탄생하게 되었다. 가령 기브 앤 테이크를 철저하게 지키는 <잘 살겠습니다>의 주인공이 그러하고, 연봉을 토대로 월세, 공과금, 할부금 등을 수 분간 따져보고 나서야 2000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살 결심을 하는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의 주인공이 그렇다. 장류진 작가가 쓴 단편집의 화자들이 거의 전부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조금은 지루한 감은 있으나, 뭐 어떠한가. 나도 그렇고 사실 대한민국의 대다수가 효율과 합리를 높은 가치에 두고, 이것이 행복한 삶과 성공한 인생에 도달하는데에 필연적인 동앗줄이라고 여기지 않은가.

<새벽의 방문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집의 플롯은 대체로 비슷하다. 효율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상과 그렇지 않은 인간상이 만나면서 생겨나는 짦은 일화들이 담겨져있다. 확정일자도 모를정도로 어리숙하고, 상대방이 준 선물이 얼마치인지를 따지지 않는 <잘 살겠습니다>의 빛나언니, 월급이 포인트로 부여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돈도 어찌보면 이 사회시스템의 포인트가 아니냐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웃으며 넘기는 <일의 기쁨과 슬픔>의 거북이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주인공들이 생각하는 계획과 다르게 행동하는 인물들이다. 자신들과는 다름에 조금은 불쾌해하고 조금은 피곤해하지만, 종국엔 마음에도 없이 쓴 손편지에 감동하는 모습의 빛나언니를 응원하게 되고, 거북이알의 레고와 커피머신을 사서 케빈과 데이빗과의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흥행하여 드라마화에 성공했다. 보진 않았지만 왼쪽이 거북이알, 오른쪽이 안나

 

나 또한 평생을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왔기에, 단편집의 주인공들의 상황에 무척이나 공감했다. 상식선에선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멀리했고, 좁은 식견에서 내린 결정이 합리적이고 최선의 판단이라고 여겼으며, 생각한 계획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변수로 인해 다르게 진행될 때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향을 계속 가져간 것은 그것이 성공한 삶에 필요조건이요, 행복한 삶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 믿어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심했던 20대 초중반을 넘어서 앞자리가 바뀐 지금을 되돌아보면 여전히 그런 성향이 없진 않지만, 상당히 옅어졌고 그에 대한 열렬한 믿음 또한 사라졌다. 그리고 더이상 계획과 달리 상황이 나빠져도 스트레스 받고, 좌절하지 않고 더 나아가는 데에 집중하는 성향으로 바꿔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왜 우리는 계산적이고 최선의 효율을 따져가며 살아가게 됐는가. '절대 손해보면 안된다는 심리',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내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강박', '평균을 올려잡고서 평균이하의 삶은 도태라는 낙인' 들을 손에 꽉 쥐고서 이를 놓는 사람을 경쟁의 실패자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빛나언니에게 낸 것보다 더 많은 축의금을 받았다면 그걸로 행복했을까? 모든 것이 잘난 지훈이 누구나 선망하는 지유와 하룻밤 잤더라면, 지훈은 행복한 삶을 살게되는가? 계산적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삶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조금은 내려놓고서 사람들을 대하고 삶을 사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더 나아가 내게 주어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더 나은 방법이였음 최근에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장류진 작가는 페미니스트?

 

전반적으로 작가님이 직장에서 10년 이상 일해서인지 직장인의 애환을 잘 담았고, 그 고민들이 직장인들만이 겪는 것도 아니고, 여성들만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기였기에, 많은 사람들 호평을 남겼다. 특히 앞부분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이 가장 재밌었고, 중간중간 당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게서 웃음이 났다. 비판점으로는 페미니즘 색채가 담겨있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82년생 김지영>처럼 대놓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중간중간 잘못된 통계로 가르치려드는 것도 아니고,  작가도 마냥 페미니즘을 표방하지는 않았기에 굳이 페미니즘 서적이라고 규정지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대한민국에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읽고 많이 공감한 책, 가볍게 읽기 좋아서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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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눈에 띄는 표지다. 핑크색과 글씨체가 매우 과할정도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아니라 소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에르빈 슈뢰딩거가 고안한 사고실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실험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양자역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친숙하게 대하는데 큰 기여를 한 이론이다. 특히 소설,영화,만화 등 여러매체에서 이제는 단골소재로 쓰이는 상황인데, 이번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아니라 슈뢰딩거의 소녀다. 이제 저 소녀도 50%의 확률로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되는 내용인 것일까?

현대 일본에서 50여년이 지난 근미래의 일본. 도쿄 대신에 도키요라고 부르고, 약자컴퓨터의 발달로 모라벡이라는 어시스턴스 ai가 보편화되었으며, 어딘가 Z월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Z감염체가 떠도는 세계. 수공예를 좋아하는 발랄하고 솜씨 좋은 구레나이는 아버지에게서 프렌드 ai를 선물 받았고, 자신과 색만 다른 옷을 똑같이 입혀주고 '아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다. 표지에 나와있는 분홍색 소녀가 구레나이, 파란색 소녀가 그녀의 경호원이자 개인교사이자 비서이기도 프렌드 ai 아이인 것이다.

오늘 시부야의 감염발생확률이 80%라는 양자컴퓨터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오늘만큼은 집을 벗어나 마누스의 수공예품을 쇼핑하고 싶은 구레나이가 아이와 함께 매장에 방문하여 같은 마누스의 매니아인 할머니를 만나서 실컷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며 즐긴다. 그러다 Z감염체가 출연하였고 아이는 두 사람을 데리고 도망치면서 멋지게 감염체 세 마리를 제압하였으나, 불운하게도 같이 있던 할머니가 뒤늦게 증상이 발현되어 구레나이를 뭄으로써 구레나이를 지키는데 실패하고 만다. 아직 사람으로써 죽고 싶었던 구레나이는 아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명령하지만, 제1원칙(로봇은 인간을 해할 수 없다)에 위배되어 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아이는 교묘하게 자살을 도와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하는데, 그것이 바로 '양자 자살'이다. 이름 한 번 기이하다.

 

평행우주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5D체스. 다른 평행우주의 말을 가져올 수 있다. 대신 분기가 발생한다

 

슈뢰딩거 고양이에 대한 다세계 해석은 평행우주론의 시작

아이는 다세계 해석에 따라서 1초마다 50%확률로 실탄이 발사되는 권총 방아쇠를 구레나이에게 당길 때마다, 세계는 둘로 분열된다고 말해준다. 이를 100초 동안 반복하면 총 100개의 평행우주가 만들어지고, 죽는 순간에는 관찰자인 구레나이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을 관측하는 시점의 구레나이는 살아있다고 말한다. 즉, 관측에 성공하는 세계선이 존재하므로 제1원칙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세계선에선 구레나이를 죽임으로써, 자살시켜달라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굳이 권총으로 쏘지 않아도, 오늘 시부야를 오지 않았던 세계선, 롤리타풍의 수예를 취미로 삼지 않는 세계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세계선, Z발병체가 없는 세계선 등 수없이 많은 세계선이 존재한다고 말해주고, 작가는 이 중 몇 가지 세계선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언제나 서있다. 오늘 점심은 무엇으로 먹을지, 우산을 가지고 나갈것인가와 같은 작은 선택도 있고 구레나이처럼 신주쿠에 갈지말지, 어떤 종목을 구매할지, 진로선택에서 어떤 길을 나아갈지, 이 사람과 헤어져야할지와 같은 중요한 선택들도 있다. 그리고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중요한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한 것을 두고 후회하거나 좌절하거나 혹은 안도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이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 집이 더 나아졌을텐데와 같은 후회와 고민을 끊임없이 한 적이 있고 그러한 번뇌는 들인 시간에 비례하여 해소되지 않았다.  

 

여주인공을 살린다는 아주 낮은 확률의 세계선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슈타인즈 게이트

 

우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런 나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다세계 해석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회계사라는 시험을 고르지 않았던 세계선에서의 나는 평범하게 취업해서 그 삶에 만족했을 것이고, 코인에 손대지 않았던 세계선에서는 무난하게 수험생활을 마치고 회계사가 되어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저렇게 했어봐야 망했을 것이다 라고 신포도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해서 성공한 혹은 행복한 세계선을 사는 내가 존재하고 그것들 또한 나라고 믿는 것이다. 수많은 세계선에서 행복하게 사는 '나'들이 있으니 비단 지금의 '내'가 그렇게 불행하다고만 볼 수 없다.  마치 구레나이를 죽였지만, 살아있는 세계선이 존재하기에 제1원칙을 어겼다고 볼 수 없는 아이의 행동처럼.

반대로 미래도 가능하다. 아침에 늦잠을 잘건지 말건지, 저녁에 러닝운동을 할건지 말건지에 따라서도 분기되어 게으른 나와 부지런한 나, 살 뺀 나와 살 찐 나가 모두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작은 선택들을 선택해나가며, 마침내 마지막에는 회계사에 떨어지거나 포기하는 수많은 세계선이 아닌, 적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합격한 세계선에 도달한다고 믿고 행동하는 것.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수년간 생긴 후회와 고민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저기서 회계사란 단어 대신에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목표로 치환해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보자. 정신승리, 단순긍정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자신이 목표하는 삶에 가까워진다면 그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다름없다. 여러가지 가능성과 경우가 중첩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고양이와 다른 점은 우리들의 여러가지 상태는 계수기와 방사선의 붕괴확률(50%)에 따라서 관측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발생하는 작은 분기들을 선택하는 우리들의 행동, 의지, 결정에 따라서 확률이 정해지고, 직접 관측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아이가 말했듯이 자신을 관측하는 시점의 나는 살아있다(=달성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의외(?)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보다 앞선 영조의 세자실험

 

이과적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다룬 SF 디스토피아 단편집

오늘 이야기한 것은 '슈뢰딩거의 소녀' 였지만, 이 책은 마쓰자키 유리 작가의 총 6개의 단편모음집이다. 근의 공식만 외우고 수학을 싫어하는 수포자의 이세계탈출기 '이세계 수학'과 65세에 모든 인류가 죽는 세상에서 64세 할머니와 소녀의 우정을 그린 '예순다섯 데스'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오히려 순수재미로만 따진다면 이 쪽이 더 높았고, 나머지 이야기들도 대체로 가볍게 읽을만하다. 다만 마지막의 '펜로즈의 처녀'는 다소 어려운 점도 있었으나 그럼에도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심층있게 이론을 다루기보다는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재미난 SF 디스토피아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으므로, 이과적 단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너무 화려한 책표지에 위화감을 느끼지 말고 꼭 집어서 보자. 하루가 아깝지 않을만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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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치졸한 꿈을 꾸었다

초중고 동창들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상황
취업도 못하고 시험합격도 못한 내가 밤에 몰래 강당에 들어가서 대자보로 몇몇 친구들의 치부를 붙여놓고 도망갔다

그 다음날도 붙이던 와중에 강당 불이 켜지고 바로 밑에서 자던 초등학교 동창 'x종홍' 과 마주쳤다
당혹감에 마저 붙이고 내려와 복도로 나갔다
강당으로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다시 강당으로 들어가자 내가 붙인 대자보들이 떨어져있거나 뒤집어져있었다
사람들에게서 경멸의 시선이 쏟아졌고 나는 미안한 마음에 종홍이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열등감과 시기질투로 인해 이런 짓을 해버렸다
어제 붙인 것도 나였다
정말 미안하다

그런데 종홍이가 괜찮다며, 평소에 행실이 착하던 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이런 일을 했겠냐며 다른 동창들에게 용서해주자고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나의 행동을 용서해주었고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었다
종홍이는 그리 친하지도 않고, 지금도 딱히 연락하지 않는  사이인데 어째서 이렇게 해주는걸까 생각하던 차에 꿈에서 깼다

지독한 꿈을 꿨다
제때 취업하지 않은 사람은 이런 꿈을 꾼다

부끄러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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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가 되고 싶다
종아리 근육이 다 털리게 뛰었고 숨이 가빠서 못 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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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1000 : 낮잠 10분 / 객부 3장 정리
1000~1130 :  객부 3장 33문 풀기
1130~1300 : 객부 3장 33문 해석 
1300~1430 : 밥
1430~1600 : 미시 6문  
1600~1700 : 객부 4장 읽기/풀기
1700~1830 : 객부 4장 풀기
1830~2000 : 미시 10문
2000~2100 : 운동
집가서 할거 : 손톱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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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책을 한 번 읽긴 읽어야겠는데 막상 읽자니 뭘 읽을지 고민되는 당신을 위해 읽을만한 책들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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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침출석부분 안됐을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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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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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레이싱트랙처럼 뛰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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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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